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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한가운데 자리한 수원화성

 

방화수류정과 용연

우리나라는 원래 읍성과 성곽이 잘 발달돼 왔지만 일제 강점기 이후로는 거의 사라지다시피 했다. 일제의 읍성 철거정책과 해방 이후 급격한 도시화로 인해, 기존에는 일상생활과 가까웠던 성곽 문화는 한동안 보기 힘들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다시 시민 가까이로 돌아오는 듯한 느낌이다. 제주 올레길의 성공 이후로 각종 산책‧트래킹 길이 각광받으면서 성곽길도 자연스레 부각되기 시작했다. 이에 서울에는 한양도성 길이 상당 부분 복원돼 등산코스로 인기를 얻고 있다.

 

화서문 성곽 억새풀

수원 화성의 경우 거의 유일하게 일상생활과 가까웠던 성곽이었다. 이곳 역시 일제강점기 당시 철거와 한국전쟁으로 인한 철거와 소실을 겪었지만 그럼에도 남아있는 성문과 성벽은 수원 시민들의 일상과 함께 자리해왔다.

여기에 지자체의 의욕적인 복원과 관광 콘텐츠 개발로 요즘에는 더욱 활기를 띄는 분위기다. 관심분야에 따라 여러 가지 즐길 거리가 많아졌다. 그중에서도 완벽하게 정비된 성곽길은 무척이나 매력적이다.

 

화서문


총 둘레길이 5.1킬로미터의 화성성곽길은 여타의 트래킹 코스와는 다른 맛이 있다. 시내 한복판에 있으면서도 자연과 도시, 복작한 상권을 두루 구경할 수 있는 다양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동서남북 방향에 따라 느낌과 분위기가 확확 달라지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인 듯하다.

정문인 장안문 좌우로는 사진 찍기와 데이트 코스로 좋은 풍경이 펼쳐진다. 서쪽인 팔달산은 전형적인 산성길이 자리한다. 남쪽 팔달문 인근은 수원에서 손꼽히는 상권으로 각종 시장과 통닭골목 같은 먹거리가 즐비하다. 성 바깥쪽에 주택가가 자리하고 넓은 시야가 인상적인 창룡문 일대의 동쪽은 시민들의 주요 산책코스로 한가한 풍경이 시원하게 들어온다.

 

서장대 - 화성장대라고 한자로 씌여 있슴.


화성 성곽길은 마음만 먹으면 1시간 반 정도에 한 바퀴를 다 돌 수 있겠지만, 그렇게 목표지향적인 트래킹으로는 이 길의 매력을 모두 느낄 수 없다. 최소한 반나절의 시간을 잡고 성곽길과 그 안팎을 드나들며 다양한 볼거리와 풍경을 즐기는 것이 좋을 듯하다.


개인적으로는 이번 성곽길 탐방을 위해 수원 화성에 오랜만에 찾았는데 예전과는 많이 달라진 분위기였다. 그 달라진 분위기는 첨단 건물이 들어서고 번화해지는 흔히 보는 ‘달라짐’과는 분명 다른 것이다.

화성 안에는 고층 빌딩이 없다. 역사문화 보존지역으로 지정된 데다 고도제한도 걸려있기 때문. 지역 주민 입장에서는 이런 것들이 답답한 현실이겠지만 관광객의 입장에서는 제법 멋들어진 도시 풍경으로 다가온다. 공방거리나 행리단길 등에서 보는 주택가와 카페‧식당 등 상점이 어우어진 모습은 거대 자본이 들어서 젠트리피케이션화 되기 이전의 초창기 가로수길 같다. 화성 행궁의 복원과 함께 정비된 이들 지역은 골목골목마다 매력이 넘친다.


장기화되는 코로나 19의 여파로 어디 여행 가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개인 방역을 철저히 한다 해도 집 밖을 나서는 것 자체가 타인에게 폐를 끼치기 딱인 상황이다. 굳이 멀리까지는 아니더라도 수원 화성 정도의 나들이는 이런 상황에서 괜찮을 듯하다. 트래킹을 한다던지, 역사문화 탐방을 한다던지, 데이트를 즐기는 것 그 모두 충족시킬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INFO 화성행궁 
입장료 성인 1500원, 청소년ㆍ군인 1000원, 초등학생 700원 
주소 경기 수원시 팔달구 정조로 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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